[단상] 최승영 |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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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캠핑을 자주 다니는 선배가 부산에 있는 이모 댁에서 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이모부는 사업을 크게 했고, 또 많은 돈을 벌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해운대의 마천루, 높은 곳으로 이사했는데 창밖 풍경이 마치 헬리콥터를 탄 것처럼 전망이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구름이 많아 창밖 풍경은 전혀 보이지 않더라는 겁니다. “신비한 경험이긴 한데, 답답하더라. 이런 일이 얼마나 많겠어?”
그 이야기를 듣는데, 그 상황이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은 감정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혹은 고요하든 사람은 늘 감정을 느끼고 삽니다. 그런데 그 감정이 격해지면 마치 시야를 가린 구름처럼 생각을 막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니 말이지요.
비단 사람뿐이 아닙니다. 개나 고양이처럼 사람과 가까운 동물들은 특히 감정 표현이 뚜렷한데, 개는 주인이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며 기뻐하고, 혼날 때는 귀를 내리며 눈치를 봅니다. 앵무새나 까마귀는 지능이 높아서 좌절하거나 기뻐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어떤 새는 짝을 잃으면 슬퍼하며 울기도 합니다. 코끼리는 죽은 동료를 애도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시체 주변을 맴돌거나 코로 쓰다듬는 모습이 관찰되곤 합니다.
감정은 생존을 위한 신호 시스템으로 위험을 인식하고 빠르게 반응하게 합니다. 이런 반응은 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의사결정의 방향을 제시하며, 사회적 관계 형성 및 유지, 학습과 기억 강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긍정적인 효과만 본다면 매우 바람직하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의사결정의 왜곡을 만들고, 스트레스와 건강에도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또한 사회 관계에서 갈등을 유발하며, 행동 통제력을 약화시킵니다. 무엇보다 나쁜 것은 자기 인식을 왜곡한다는 점이지요.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평균 400~500번 정도 감정이 변화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뇌의 편도체가 감정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첫 출발은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지?”라는 질문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또한 2) 감정은 몸과 연결돼 있어 불안하거나 화날 때 깊은 호흡을 하면 뇌가 안정됩니다. 그 다음은 3)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화가 난다”와 “화를 낸다”는 다른 것입니다. 4) 인지를 긍정적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감정은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생각을 바꾸면 감정도 바뀌지요. 예를 들어, “나는 실패했어”에서 “나는 시도했고, 배웠어”라고 바꾸는 것이지요. 5) 디퓨전 기법으로 불리는 감정과 거리를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감정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고, ‘하나의 경험’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나는 불안하다”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이 내 안에 있다”로 보는 것입니다. 감정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내면의 신호이기 때문이지요. 그 신호를 해석하고 반응하는 방식이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잘 활용하는 것, 내 삶의 리더로서 멋지게 살 수 있는 출발입니다.
최승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