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최승영 | 묘약과 음료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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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첫 직장은 웅진출판이었고, 소속은 생활잡지본부였습니다. 기자 공채 1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저의 첫 직업은 잡지 기자였습니다. 기자(記者).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생각해 보면 직업 중에 놈 자(者)를 쓰는, 아마도 유일한 직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뷰를 잘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 형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감정교류를 통한 공감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를 뜻하는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아무래도 낯선 감정이 우선하는 데다 매체에 소개될 인터뷰니 당연히 긴장이 앞서 자연스러운 인터뷰는 쉽지 않지요. 그래서 라포르의 능력이 인터뷰 내용의 퀄리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모 패션 잡지에 근무하며 참 놀라운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스페셜 피처 테마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40인’이었고, 그렇게 각 분야별로 40명을 선정해 기자 몇 명이 나눠 진행했습니다. 당시 촬영은 연예인 촬영으로 유명한 한 포토그래퍼와 진행했습니다. 당시 내한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를 섭외했습니다.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그녀의 얼굴은 선뜻 말을 걸기가 어려울 정도로 날카롭게 느껴졌습니다. 연주회가 며칠 남지 않은 데다 빠듯한 일정에 상당히 피곤했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기사를 써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좋은 기사를 쓰기가 쉽지 않겠다는 걱정이 앞섰지요.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포토그래퍼가 그녀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한 10분 지났을까? 방에서 나오는 그녀의 얼굴에는 화색이 만연했습니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후에 알고 보니 그 포토그래퍼는 촬영 전 라포르 스킬로도 유명했습니다. 라포르가 완벽하게 형성되니 카메라 앞에 선 인물은 긴장이 아닌 즐거움으로 그 순간을 만끽하게 되고, 그러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모 커피 회사에서는 오랜 문학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려면 커피부터 찾게 되고, 문학이라는 분야로 기업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으니 참 좋은 기획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커피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묘약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모든 커피가 묘약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묘약이 되기도, 음료가 되기도 할 겁니다.
코칭 시작 전, 저는 미리 향 좋은 커피를 준비합니다. 기분 좋은 커피 향은 긴장을 풀게 합니다. 긴장이 풀리면 서로가 허용하는 스페이스로 서로를 초대하고, 이내 하나가 됩니다. 음료에서 묘약으로 거듭나는 과정이지요. 세상 모든 게 그런 것 같습니다. 보고 느끼는 너무나 일반적인 일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음료에서 묘약으로 거듭나는 것 같습니다. 카페인에 예민해 커피를 줄이고 있지만, 커피 향만큼은 배부르게 마시며, 그 순간을 만끽합니다. 커피라는 녀석, 참 대단한 놈입니다.저의 첫 직장은 웅진출판이었고, 소속은 생활잡지본부였습니다. 기자 공채 1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니 저의 첫 직업은 잡지 기자였습니다. 기자(記者).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생각해 보면 직업 중에 놈 자(者)를 쓰는, 아마도 유일한 직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뷰를 잘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 형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두 사람 사이에 감정교류를 통한 공감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를 뜻하는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아무래도 낯선 감정이 우선하는 데다 매체에 소개될 인터뷰니 당연히 긴장이 앞서 자연스러운 인터뷰는 쉽지 않지요. 그래서 라포르의 능력이 인터뷰 내용의 퀄리티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모 패션 잡지에 근무하며 참 놀라운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스페셜 피처 테마가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40인’이었고, 그렇게 각 분야별로 40명을 선정해 기자 몇 명이 나눠 진행했습니다. 당시 촬영은 연예인 촬영으로 유명한 한 포토그래퍼와 진행했습니다. 당시 내한공연으로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를 섭외했습니다.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그녀의 얼굴은 선뜻 말을 걸기가 어려울 정도로 날카롭게 느껴졌습니다. 연주회가 며칠 남지 않은 데다 빠듯한 일정에 상당히 피곤했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기사를 써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좋은 기사를 쓰기가 쉽지 않겠다는 걱정이 앞섰지요.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포토그래퍼가 그녀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한 10분 지났을까? 방에서 나오는 그녀의 얼굴에는 화색이 만연했습니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후에 알고 보니 그 포토그래퍼는 촬영 전 라포르 스킬로도 유명했습니다. 라포르가 완벽하게 형성되니 카메라 앞에 선 인물은 긴장이 아닌 즐거움으로 그 순간을 만끽하게 되고, 그러니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모 커피 회사에서는 오랜 문학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려면 커피부터 찾게 되고, 문학이라는 분야로 기업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으니 참 좋은 기획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커피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묘약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모든 커피가 묘약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묘약이 되기도, 음료가 되기도 할 겁니다.
코칭 시작 전, 저는 미리 향 좋은 커피를 준비합니다. 기분 좋은 커피 향은 긴장을 풀게 합니다. 긴장이 풀리면 서로가 허용하는 스페이스로 서로를 초대하고, 이내 하나가 됩니다. 음료에서 묘약으로 거듭나는 과정이지요. 세상 모든 게 그런 것 같습니다. 보고 느끼는 너무나 일반적인 일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음료에서 묘약으로 거듭나는 것 같습니다. 카페인에 예민해 커피를 줄이고 있지만, 커피 향만큼은 배부르게 마시며, 그 순간을 만끽합니다. 커피라는 녀석, 참 대단한 놈입니다.